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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Management interview] 애경산업(주) 디자인센터장 구규우 상무이사
날짜 : 2012.04.03 주소복사프린트 트위터로 보내기페이스북으로 보내기미투데이로 보내기요즘으로 보내기

 

생활용품 전문 기업인 애경산업은 지난 50여 년 동안 세제, 화장품, 치약, 샴푸 등 일상 생활에 꼭 필요한 제품들을 선보이며 성장해 왔다. 애경산업은 한국에서 일찌감치 디자인 경영을 도입한 대표적 기업으로 손꼽히는데, 이는 구규우 디자인센터장(상무이사)의 열정과 노력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 기업 최초로 단독 디자인센터를 만들어 냈고 트리오, 포인트, 2080치약, 케라시스, 리큐 등 애경의 대표 상품들을 탄생시킨 그를 만나보았다.  

 



애경산업은 우선 생활용품과 화장품을 만드는 회사이자 역사가 오래된 민족기업입니다. 설립 초기에는 일단 모든 제품이 귀한 시기였기 때문에 국민 생활에 기여하는 제품을 많이 만들어 공급하는데 초점을 맞추었죠. 이후 애경이 다국적 기업인 유니레버와 합작을 해서 경영 기법을 전수 받고 제품을 만든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러다 1991년에 유니레버와 결별을 하고 독자적인 제품을 만들게 되면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애경 만의 로컬 브랜드가 없었던 거죠. 그 때가 애경의 경영층이 브랜드와 디자인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된 때였습니다. 사내 ‘도안실’이라는 데에 직원이 고작 2명 있던 시절이었는데 제가 과장으로 입사하면서 디자인의 중요성, 크리에이티비티의 중요성을 사내에 알리는 데 주력했습니다.

애경에서 제가 제일 처음 했던 일이 사무환경 개선 작업이었습니다. 사무실을 기능적으로 디자인하고 개선해서 디자인이라는 것이 회사에 기여하는 바를 일단 직접적으로 보여주려 했죠. 그리고 또 디자인을 통해 기업의 매출이 신장하는 모습, 기업 경영에 이바지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입사 후 처음으로 ‘포인트’라는 브랜드를 만들고 디자인해서 당시 ‘폰즈’ 제품이 장악하고 있던 화장품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즉, 애경은 1991년부터 디자인 경영을 시작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2004년에는 디자인 부서가 사장 직속의 독립 부서가 되었고, 2007년에는 디자인 역량 강화를 위해 구로동 본사에서 디자인센터를 분리, 독립해서 이곳 홍대 근처의 단독 건물에 입주하게 되었습니다.

2007년부터 1년 동안은 디자인센터장과 마케팅부문장을 겸직하면서 디자이너와 마케터가 교감을 하고 협업을 해서 소비자와 공감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사실 애경에서 저는 길고 긴 ‘투쟁의 역사’를 거쳐왔다고 할 수 있어요. 개인적으로 관련된 조사나 공부도 많이 하고, 마케팅 부서나 엔지니어 파트를 끊임없이 설득하기도 하면서 디자이너가 경영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걸 입증하기 위해 싸워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행히 경영진들이 저의 진정성을 알아주었고, 디자인 경영의 중요성을 초기에 인식했습니다. 이로 인해 애경에서는 디자인과 엔지니어링, 마케팅이 초기에 같이 협업을 하고 콘셉트를 공유해서 제품과 브랜드를 개발하는 풍토가 조성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포인트’를 꼽을 수 있겠네요. ‘화장은 하는 것보다 지우는 것이 중요합니다’라는 유명한 카피로 당시 세안 용품 시장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던 ‘폰즈’ 브랜드를 눌렀었죠.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세안 용품은 잘 보이지 않는데 숨겨 놓고 쓰는 것이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당당하게 세면대나 화장대 위에 올려놓고 쓸 수 있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 용기 디자인을 금장으로 화려하게 했고, 결과적으로 성공했습니다. 제가 애경에 입사해서 출시한 첫 작품이기에 지금도 애착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 2010년에 출시한 ‘리큐’를 꼽을 수 있습니다. 리큐는 소비자의 사용 습관을 바꾸는 데 초점을 맞춰서 개발한 제품입니다. 기존의 액체세제들은 통도 무거워 들기도 힘들고 세제를 부을 때 흘러내려 용기가 쉽게 지저분해지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리큐는 고농축 세제라 기존 액체세제 사용량의 반만 쓰면 되니까 용기가 가볍고 컴팩트합니다. 또 세제를 뚜껑에 짜서 세탁볼처럼 세탁기에 넣어 돌리면 되니까 깔끔하고 세탁도 더 용이합니다. 결국 리큐는 국내 액체세제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할 수 있었죠.





마리끌레르를 기억하신다니 반갑습니다. 마리끌레르도 아끼는 브랜드입니다. 제가 프랑스에 가서 브랜드 라이센싱을 직접 해왔었죠. 아까도 말씀 드렸듯이 디자인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사내에서 투쟁의 역사였던 시절에 이 브랜드를 어떻게든 성공시켜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제품 디자인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서 급하게 일본 출장을 갔던 기억이 납니다. 화장품 코너를 둘러보면 혹시나 디자인을 모방하게 될까 봐 일부러 발길도 하지 않았죠. 대신 어느 백화점에서 티스푼, 컵, 주전자를 파는 주방 제품 코너를 돌아보고 있는데 메탈 소재로 된 주방 제품들이 눈에 띄는 겁니다. 그 때 영감이 스쳤죠. 메탈 소재를 이용해서 단순하면서도 고급스럽게 화장품 용기 디자인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결과, 제품 출시 이후 폭발적인 판매고를 기록했고 화장품 업계의 선두 기업이었던 엘지, 아모레 등이 저희를 따라 메탈 소재를 이용한 디자인을 내놓았습니다. 그리고 이후 휴대폰 업계에서도 메탈 소재 열풍이 불었던 기억이 납니다.






우선 액체세제 리큐의 디자인을 리뉴얼해서 출시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칫솔을 출시하려고 계획중입니다. 국내 칫솔 시장을 주도하는 브랜드는 오랄비인데 오랄비는 서양인들의 구강구조를 연구해서 만들어진 칫솔입니다. 저희는 동양인들의 구강구조에 적합한 칫솔을 개발하는데 관심을 두고, 작년에 디자인센터 내에 ‘칫솔연구소’도 만들었습니다. 비주얼적인 이미지와 기능적인 면을 보강하고 애경의 아이덴티티를 담은 칫솔 제품들을 올해 내에 출시할 예정이니,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애경의 디자인은 명료하고 모던하다’라고 할 수 있겠네요. 다양한 물건들이 진열된 실제 매장에서 소비자들이 직관적으로 알아보고 집어들 수 있게 하는 디자인, 임팩트가 있으면서도 실용적인 디자인을 지향합니다. 그저 화려하고 멋있게만 디자인해서는 안됩니다. 소비자가 그 물건을 왜 사는지 바로 알 수 있게 하고 재구매로 이어지는 디자인을 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디자인센터에도 실제 매장 같은 진열대를 만들어 놓고 애경 제품이 다른 회사 제품들과 같이 진열되어 있을 때 어떻게 보이는지를 연구합니다. 그리고 실제 소비자들의 반응을 보기 위해 저도 일주일에 두세 번은 직접 매장에 나가봅니다. 저는 디자인이 디자이너의 주관적인 감성만 가지고 나오는 것이라고는 믿지 않습니다. 객관적인 소비자 조사와 연구가 뒷받침 될 때 좋은 디자인이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예전부터 ‘옛날 것’을 좋아했어요. 중학교 1학년 때는 수집한 우표책이랑 축음기를 교환하기도 하고, 소위 ‘빽판’이라는 걸 사러 미군부대가 있던 곳까지 다녀오기도 했죠. 그리고 제가 군용 철모를 모은 지 20년 정도 되었는데, 이 철모들을 보면 시대별로 디자인적인 흐름도 볼 수 있지만 물건마다 담긴 당시 사람들의 노력했던 흔적, 스토리, 휴머니티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또 실제로 사용을 할 수 있는 물건들을 좋아해서 재봉틀, 카메라, 선풍기, 축음기 같은 걸 수집하고 있습니다. 옛 것을 보면 미래도 보인다고 할까요? 그리고 15,6년 째 겨울철에는 스노보드를 즐깁니다. 한적한 눈 위에서 속력을 내며 달리면 머리가 맑아지는 것 같아요. 가족이나 직원들과 함께 갈 수 있어서 더 좋은 것 같습니다. 사람들과 같이 즐기고 느낄 수 있는 걸 좋아하거든요. 이런 취미와 여가를 통해서 일과 삶에 대한 열정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죠.





예전에 저는 해외 출장을 가면 패키지 디자인 정보를 수집하려고 편의점이나 가게 밖에 버려진 박스를 주워오기도 하고, 덩치가 큰 비디오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면서 다양한 상품들을 촬영해 오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가게에서 쫓겨나기도 하고, 고생을 많이 했어요. 디자인에 대한 열정이 있었기에 자발적으로 온갖 고생을 다 감수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지금 우리 직원들에게도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말을 하기보다는 직접 행동으로 보여주려고 합니다. 제가 사람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고 어떤 방식으로 일하는지를 직원들이 보고 은연중에 배운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또 고생을 많이 한 직원들의 공을 경영진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고 칭찬해 줍니다. 전체적인 콘셉트를 제가 잡은 경우라 해도 세부적인 작업을 한 디자이너들에게 공을 돌리고 상을 주는 거죠.

그리고 직원을 뽑을 때는 사람의 태도를 많이 봅니다. 저희 디자인센터는 인턴 제도를 운영하는데, 채용 조건이 없는 인턴 제도입니다. 채용 조건을 걸면 과도한 경쟁을 하는 부작용이 있거든요. 그리고 인턴 기간 동안 학생들의 인성과 스킬을 살펴봅니다. 저는 태도가 좋지 않으면 좋은 디자이너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해요. 마음이 따뜻하고 많은 것들을 경험해 봐서 인생의 진정한 맛을 아는 사람, 인문 사회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아서 책도 많이 보고 음악도 많이 들어본 사람이 좋은 디자이너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도 다른 회사와 같이 치약 카트리지를 리필하는 디자인을 개발하고는 그 디자인 권리를 협업하던 회사에 뺏긴 경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특히 저희 직원들에게도 지식재산권 관련 교육을 철저하게 하고 있어요. 디자인을 할 때도 지적재산권에 저촉되지 않도록 주의하고, 또 우리가 디자인한 자산도 보호받을 수 있어야 하니까요. 한국패키지디자인협회 소속 디자이너들도 전반적으로 디자인권 관련 지식이 취약한 경우가 많아서 교육 프로그램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구규우 디자인센터장은 그의 디자인 철학과 애경산업의 디자인에 대한 여러 질문에 명확하면서도 열정적인 모습으로 답변을 해주었다. 그리고 건물 곳곳을 직접 안내하며 소개하는 모습에서 애경의 디자인경영을 이끄는 디자인센터에 대한 사랑과 자부심을 엿볼 수 있었다.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인터뷰를 위해 시간을 내어 준 구규우 디자인센터장님께 감사 드린다.
 

 글 / 디자인맵 편집부
이미지출처 / 애경산업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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