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차가운 바람이 불고, 코끝이 아련히 시려오는 계절이 왔다.
이번 Right2 Direction에서는 추운 겨울에 필요한 디자인 속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꺼내보고자 한다.
쌀쌀한 날씨에 따뜻한 온기를 더해줄 '라디에이터', 향과 맛으로 온몸을 따뜻하게 녹여줄 '커피'와 '커피 메이커', 폭신폭신 '러그'까지. 모두 추운 겨울을 여유롭고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제품들이다. 하얗게 쌓인 눈과 전나무, 그리고 산타클로스 빌리지가 연상되는 유럽에서 위의 이야기 속 디자인에 얽힌 분쟁이 일어났었다. 과연 어떤 사연들이 있었던 것인지 각기 다른 네 가지 디자인 분쟁 이야기들을 하나하나씩 풀어 보도록 하자.
온돌문화에 익숙한 국내에서는 많이 사용되지 않지만, 유럽이나 서구지역에서 겨울을 나기 위해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라디에이터(난방용 방열기) 디자인 간에 분쟁이 있었다. 위의 이미지와 같이 실내에 배치된 각기 다른 회사의 두 제품은 언뜻 보더라도 상당한 유사성이 있어 보인다. 그렇다면 2007년에 일어난 등록디자인 무효소송의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원본과 비슷한 디자인을 시기적으로 나중에 만든 쪽이 불리하게 되었을까? 또는, 더 많은 국가에 디자인권을 선점한 쪽이 유리했을까? 답은, 두 가지 모두 아니다. 결과는 기본에 충실한 쪽이 이기게 되었다. 다시 말하자면 출원 시 필수로 제출해야 하는 도면에 오류가 있었던 우측 이미지(TUBES사) 속 라디에이터의 디자인권이 무효가 되었다.
위의 이미지는 라디에이터의 제조사인 TUBES가 OHIM에 등록출원 신청 시 제출했던 잘못된 도면이다. 표시한 숫자와 같이, TUBES의 디자인 도면 1, 도면 4는 전면의 수직파이프의 개수가 13개를 나타내고 있고 도면 2와 도면 3은 16개, 그리고 도면 5는 사진이 끝까지 표현되지 않아 12개로 각각 다른 제품을 서술하고 있다. 출원인의 실수로 라디에이터의 수직파이프가 앞에서 보면 13개,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16개, 측면에서 보면 12개가 되는 트랜스포머에 버금가는 변신기능을 갖게 되었다.
디자인권에서는 정확한 도면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디자인 출원 시에는 반드시 창작자가 나타내고자 하는 물품의 창작내용과 전체적인 형태를 명확히 표현할 수 있는 1개 이상의 도면이 제출되어야 한다. 그러나 TUBES의 경우 도면에 표시된 수직파이프의 개수가 서로 다른 제품을 표현하고 있어 각 도면이 단 하나의 디자인으로 조합되지 않는다. 혹시나 정말로 다른 형태로 변신이 가능한 제품이었다고 하더라도 참고도를 이용해 정확한 제품 형태를 설명해야 한다. 따라서 기본적인 요소를 충족하지 못한 TUBES의 디자인은 두 디자인의 유사성을 비교하기도 전에 무효화되고만 것이다.
아무리 좋은 디자인이라도 디자인 등록 절차나 방법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경우, 디자인 등록이 지연되거나 거절당할 수 있다. 따라서 구비서류 및 형식적인 요건, 도면의 오류 여부, 선행 조사 등을 철저히 수행해 보정으로 인한 시간 낭비 및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심판의 여지까지 예방함으로써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조금 까다롭더라도 괜한 라디에이터를 변신 로봇으로 의심받도록 만드는 일은 없도록 해야겠다.
글/ 디자인맵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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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겨울 이야기_ 유럽 디자인 분쟁"은 디자인맵 웹진 COMPASS Vol.16의 'Right2 Direction''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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