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소개해 드릴 판결 – 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6. 13. 선고 2023가합54295 판결은 유제품 업계의 두 거물 간의 분쟁에 관한 것입니다. 원고는 피고가 단순히 제품명뿐만 아니라, 제품 포장의 종합적인 이미지를 모방하여 소비자의 혼동을 유발했다고 주장하며 소를 제기하였습니다[이해를 돕기 위하여 일부 내용을 생략·수정하였습니다].
소개해 드릴 판결에 관한 사건의 개요는 다음과 같습니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이하 '서울우유')은 1993년부터 '아침에주스'를 판매해 왔고, 아래와 같이 ‘아침에두유’, ‘아침에버터’, ‘아침에스프’와 같이 ‘아침에’가 포함된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여 왔습니다.
또한 서울우유는 아래와 같은 다양한 우유 제품에, 초록색과 흰색 조합, 붉은색 원형 로고, 우유 왕관 모양, 1등급 표시, 후레쉬 밀크 표시를 특징으로 하는 포장 용기를 사용해 왔습니다.
서울우유는 남양유업의 제품이 ① 자사의 등록상표권을 침해하고, ② 주지·저명한 자사의 상품 표지와 유사한 것을 사용하여 소비자를 혼동시키며[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가목], ③ 저명 상품 표지의 식별력과 명성을 손상하고(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다목), ④ 자사의 성과물을 무단으로 사용했다(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파목)는 이유로 ‘아침에우유’ 제품의 판매금지 및 약 3억 4,6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원고, 서울우유의 주장은 크게 2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1. 표장 등에 기초한 주장
: 원고는 ‘아침에’가 포함된 다양한 등록상표를 보유하고 있으며, ‘아침에주스’와 ‘아침에두유는 주지·저명한 원고의 상품 표지이며, ‘아침에OOO’ 시리즈는 원고의 상당한 투자와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이므로, 피고, 남양유업이 “아침에 우유”를 표시한 우유를 판매하는 행위는 원고의 상표권을 침해하는 및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
2. 포장 용기에 기초한 주장
: 초록색과 흰색 조합, 붉은색 원형 로고, 우유 왕관 모양, 1등급 표시, 후레쉬 밀크 표시를 특징으로 하는 원고의 다양한 우유 포장 용기는 원고의 주지·저명한 상품 표지이며 원고의 상당한 투자와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이며, 피고가 ‘아침에 우유’ 제품 포장 용기를 사용하는 행위는 원고의 상표권을 침해하는 행위 및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

상표권 침해나 부정경쟁행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원고의 등록상표나 상품 표지와 피고가 사용한 상표 또는 상품 표지가 ‘같은 회사에서 나온 제품 아니야?’라고 소비자들의 오인하거나 혼동을 일으킬 수 있을 정도로 ‘유사’해야 합니다.
이렇게 ‘유사’한지 여부는 상표의 전체 vs 전체를 대비하여 판단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렇지만 상표 중에 소비자들에게 그 상표에 관한 인상을 심어주거나 그 상표를 기억하고 연상하게 하는 부분, 즉 소비자들에게 독립적으로 ‘아, 이거는 어느 회사의 제품이구나’라고 인식하게 해주는 부분이 있다면, 그러한 중요한 부분(‘요부’라고 부릅니다)만을 가지고 상표가 유사한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 사건에서도 과연 ‘아침에’가 이러한 ‘요부’가 될 수 있는지 여부가 주된 쟁점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법원은 아래와 같은 점들을 근거로 ‘아침에’는 ‘요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1) ‘아침에’는 원고 등록상표의 지정상품인 주스, 두유 및 피고의 사용 상품인 우유와 관련하여 아침에 마시는 주스, 두유, 우유가 직감되어 상품의 용도 등을 표시하는 용어로 누구나 사용할 수 있어야 하고, 어느 회사의 제품인지 구분할 수 있도록 하는 ‘식별력’이 미약하다.
(2) 원고는 ‘아침에’가 포함된 다수의 상표를 등록받았으나, 이러한 상표 대부분은 식별력이 없어서 등록받을 수 없는 것에 원고의 상호인 ‘서울우유’가 포함되어 등록받을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3) 우유·유제품(제29류), 차·코코아(제30류), 과실음료(제32류)와 관련하여 '아침에'가 포함된 다수의 상표가 다양한 상표권자에 의해 등록되어 있었습니다.
(4) '아침에 온', '아침에 한잔' 등 실제로 여러 업체가 '아침에'가 포함된 표장을 사용한 식음료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다음으로 법원은 ‘아침에’가 요부에 해당하지 않으니, 원고의 상표와 피고의 상표는 전체 vs 전체로 대비하여 유사 여부를 판단해야 하며, 그러한 경우 ‘아침에주스’ vs ‘아침에 우유’와 같이 전체적으로는 유사하지 않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법원은 자사의 표장 등에 관한 권리가 침해당했다는 원고의 주장을 모두 배척하였습니다.

원고가 강조한 것은 초록색 및 흰색 조합의 전체 색상, 붉은색 원형 모양, 우유 왕관 모양, 1등급 표시, 후레쉬 밀크(FRESH MILK) 표시 등을 특징으로 하는 포장 용기가 국내에 널리 알려진 자사의 고유한 브랜드 자산이라는 주장이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다음과 같은 점들을 근거로 위와 같은 원고의 포장 용기가 ‘국내에 널리 인식된 상품 표지’에 해당하지 않으며,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영역에 속하는 것이어서, 원고에게 독점적인 이익을 부여할 만한 것으로 평가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1) 원고의 포장 용기는 원고가 주장하는 차별적 특징의 존재 여부, 배치 위치, 모양, 크기가 제각각이었으며, 더욱이 출시 이래 무늬와 디자인이 지속적으로 변경되었다. 특히 원고가 주로 주장하는 '후레쉬밀크' 포장용기는 피고 제품 출시 불과 1년 전인 2021년부터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2020년부터는 이전 포장 용기와 비교하면 우유 왕관 모양과 붉은색 원형 모양이 새로 생기고 햇빛 모양이 사라지는 등 디자인 변경이 상당하였다.

(2) 상품의 포장 용기 등에 사용할 수 있는 색상은 상품의 종류에 따라 어느 정도 한정되어 있고 그러한 색상의 선택은 누구나가 자유롭게 할 수 있어야 함이 원칙이다. 특히 우유의 경우 그 본연의 색상인 흰색은 누구라도 이를 사용할 필요가 있고 그 사용을 원하기 때문에 이를 특정인에게 독점시키는 것은 공익상 적절하지 않다. 또한 우유 제품의 신선한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하여 초록색도 많이 사용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우유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다수의 상품에 흰색과 초록색의 색 조합이 사용되고 있다.
(3) 가득 차 있는 우유에 새로 우유를 부어 담겨 있던 우유의 방울이 날리는 모습인 ‘우유 왕관 모양’이나, 제품의 특징, 상호 등을 강조하기 위한 ‘붉은색 원형 모양’, 품질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한 ‘1등급’ 또는 ‘1A 등급’, 우유의 신선함을 나타내는 ‘후레쉬 밀크(FRESH MILK’)는 모두 우유 제품의 포장 용기에 널리 사용되는 방법이다.
이에 따라, 법원은 피고의 포장 용기 사용이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는 원고의 주장 역시 모두 배척하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아침에’ 표장에 기초한 원고의 주장과 포장 용기에 기초한 원고의 주장을 모두 배척하며,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습니다. 이에 원고가 항소하였고 현재 항소심이 특허법원에서 진행 중입니다.
이번 판결은 업계에서 누구나 사용할 수 있어야 하고, 실제로 관용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단어나 이미지는 보호받을 수 없다는 원칙을 재확인해 주었습니다.
서울우유의 ‘아침에주스’는 13년 연속 냉장 주스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였을 정도로 큰 성공을 거둔 베스트셀러입니다.
또한 서울우유의 우유 제품은 국내 우유 시장에서 절반에 가까운 시장점유율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아침에'는 그 표현 자체의 의미와 업계에서의 사용 현황 등을, 포장 용기는 디자인의 일관성 부족과 각 구성 요소의 업계에서의 사용 현황 등을 근거로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영역에 속한다고 보았으며, 서울우유에게 독점적인 권리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상표법과 부정경쟁방지법은 공정한 경쟁 질서를 유지하면서도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표현에는 정당한 보호를 제공합니다.
제품의 특징과 우수성을 직관적으로 드러내는 단어나 이미지는 마케팅 측면에서는 효율적이고 매력적인 선택이 될 수 있을지 몰라도, '누구나 쓸 수 있는 단어'나 흔한 디자인'에 해당할 가능성도 그만큼 높습니다.
엄청난 매출을 올리는 제품이라 하더라도, 누군가 자신과 유사한 브랜드를 사용하거나 비슷한 디자인의 포장을 사용했을 때 아무런 제재도 할 수 없다면, 그 브랜드는 치명적인 약점을 가진 사상누각에 불과할 것입니다.
물론 무언가를 새로이 창조한다는 일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또한, 업계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생소한 단어나 포장 디자인을 홍보하는 마케팅 비용 역시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누구나 손쉽게 선택할 수 있는 단어나 이미지가 아닌, 자신만의 독창적인 브랜드와 디자인을 개발한다면, 이는 시장에서 대체 불가능한 독점적인 지위를 확보할 수 있는 단단한 초석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 본 콘텐츠는 외부필자에 의해 작성된 것으로, 지식재산처 및 디자인맵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님을 밝힙니다.

글 | 장홍석 변리사 (특허법인 라우드)
편집 | 디자인맵 편집부